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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볼까 40대 캐나다

미쳐가는 캐나다 전기요금을 분석해보자

 

나는 한국에서도 매우 절약하는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절약은 자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캐나다에 올 때 생활비가 많이 들것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한국과 갭이 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배달음식 많이 먹고 쇼핑 많이 했던 사람이면 여기 생활이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든 셀프로 해야 돈이 덜 드는 나라니까 말이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아껴도 아낄 수 없는 금액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세금. 위는 우리 집 이번 달 전기요금(전기요금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전기세라고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어릴 때 전기세라고 말했다가 아빠가 전기요금이라고 해야 하는 거라고, 세금이 아니니까 요금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커 가면 서 잊을 법도 한데 이상하게 잊히지가 않는다. 전기요금이 맞겠지만.. 저 표를 보면 아무래도 여긴 전기세 같은데??) 용지이다. 개인 정보가 있는지 모르겠는 데 있다면 알려줘요. 최선을 다해 아껴보았는데 저 정도 금액이 나와서 나는 놀란 상태다. 그래서 전기요금에 대해 공부해 보기로 한다.

 

우선 보다싶이 7월 21일에서 8월 22일까지 이용한 금액이다. 여름이었지만 우리 집은 에어컨이 없어서 에어컨을 틀지 않았고 선풍기 정도 틀었는데 그것도 많이 틀지는 않았다. 식기세척기, 건조기, 세탁기 모두 있지만 식기세척기는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건조기는 한두 번 정도 돌렸다. 세탁기는 일주일에 3번 돌린 것 같다. 빨래 밀리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 세탁기가 용량이 적어서 빨래가 많으면 세탁이 잘 안 되는 느낌이다. 열을 내는 부분에서 전기를 많이 먹는다고 해서 건조기는 거의 쓰지 않았고 자연건조 시켰다. 햇살이 정말 좋은 도시라 튀겨지듯 빨래가 마르는데 기분 좋다. 요리는 많이 한다. 전기레인지고 오븐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쓰는 것 같다. 한식을 위주로 하다 보니 볶고 끓이고 암튼 요리는 많이 한다. 식기세척기는 기름때가 많고 설거지하기 싫을 때만 가끔 돌렸다. 그리고 또 뭐가 있나. 전등. 전부 하얀 전구로 되어 있고 주방과 거실사이의 식탁 메인등은 자는 시간 외에는 늘 켜져 있다. 집이 2층이긴 한데 해가 깊숙이 들어오지 않아서 주방 쪽이 늘 어둡기 때문에 이건 어쩔 수 없다. 주방 식탁에서 노트북도 하고 글도 쓰고 공부도 하고 다 하기 때문에 소중한 나의 시력을 위해서 켜둬야 한다. 밥솥은 밥을 하는 즉시 소분해서 담아두고 코드를 뽑아 둔다. 냉장고는 늘 켜져 있는 것이고, 생각해 보니 9월에 냉동고를 하나 추가로 구입했는데 다음 달에는 요금이 더 나오겠는걸. 아오. 아무튼 이 정도가 내가 전기를 쓰는 패턴이다. 

 

내 기준 아낀다고 생각하고 사용해 봤지만 이번달에 87불인가 나왔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위 금액에 또 뭐가 붙어서 최종 금액이 산정된다. 우리 집은 요금이 와트당 12.79로 고정이다. 그러면 실제 내가 쓴 전기요금은 28.65불이란 얘기지만 이건 그냥 시작일 뿐이다. 어드미니스트레이션 차지가 붙는다. 행정 차지가 뭔지 모르겠지만 (왜 그걸 붙이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9.22불이다. 다음은 딜리버리 차지이다. 전기를 여기로 딜리버리 해온 금액을 받는다는 얘기인 것 같은데 아래 하위 항목으로 다루는 것 같다.  디스트리뷰션 차지는 검색해 보니 변압기라는 뜻이더라. 트랜스미션 차지는 송신 이런 뜻이고 캘거리에 내는 피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딜리버리 차지 금액 합계가 45불이 넘는다. 

 

정리해 보면 내가 쓴 전기요금은 29불 정도이지만 다른 행정비용, 부가적인 비용 등등 58불이 추가로 붙어서 87불이라는 비용이 나오는 것이다. 세세하게 저 금액이 의미하는 정확한 정보를 찾지는 못했다. 또 저 금액이 부가되는 기준이 뭔지를 찾지 못했다. 내가 쓰는 양에 비례하는 것이겠지. 그 기준이 있을 텐데 사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신경 써보지 않은 내역이라 더 모르겠다. 구글링을 하면 좀 더 자세히 나오겠지만 더 상세히 안다 한들 더 절약할 방도가 없다. 이쯤에서 대략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겠다. 누진세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도 요즘 물가가 많이 올랐다. 내가 떠날 올 때보다 더 많이 올랐다고 한다. 한국 생활비와 여기 생활비를 비교해 보면 여기가 압도적으로 비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렌트비가 아니라면 여기나 한국이나 비슷하다고 할 것 같다. 토론토나 밴쿠버쯤이 아니라서 버티는 것 같기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토나 밴쿠버에 사람이 많이 사는 이유가 있는 거겠지? 우선은 여기에서 잘 정착을 하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룬 후 그다음을 생각해야겠지만 그야말로 돈이 무서워서 뭐든 두세 번 곱씹어 생각하고 생각하고 소비하게 된다.

 

남편은 회사를 가고 아이는 학교를 가서 매우 고요한 집안에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만 윙윙 나고 있다. 순간 분명 에너지 효율이 꽝인 냉장고가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커피 한잔 하면서 고요를 즐기는 낭만 따위는 없는 내게 없는 것이다. 내가 절약한다고 절약해도 한계는 분명히 있고 삶의 질을 뚝 떨어뜨리면서 까지 살 수는 없기에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며 지내야겠다. 그저 한 달에 전기요금이 100불 정도 나가나 보다 생각하고 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