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볼까 40대 캐나다

캐나다에서 빈 병 버리는 방법(Bottle depot)

비비안 킴 2023. 8. 15. 04:23

한국에 있을 때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다 보면 옆에서 한소리 하는 사람이 가끔 있다. 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분리수거하지만 미국은 그냥 막 버린다고. 오, 그래요? 뭐 우리라도 열심히 분리수거해야지요 하곤 했는데 캐나다에 와 보니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여긴 미국은 아니니까. 아무도 모르는 곳에 와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배워서 해나가는 입장이다 보니 매일이 모험이다. 인터넷 서치, 카페, 오픈 단톡방 물어물어 해결해나가고 있다. 참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글 한자, 댓글 하나 귀찮다면 매우 귀찮은 일인데 얼굴도 모르는 남에게 알려주는 게 대단하지 않나? 내가 이렇게 기록하는 일상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오늘은 캐나다에서는 빈병과 빈 캔을 어떻게 버리는지에 대해 알아보겠다.

 

1. 생수를 사는데 왜 디파짓이 붙지?

한국에 있을 때는 분리수거는 열심히 했는데 빈 병을 팔아보지는 않았다. 왜냐면 빈 병이 나올 것이 없었다. 이게 맥주병이나 소주병 이런 걸 가져다 주면 되는 것으로 아는데(확실한 정보 아님) 우리 집은 병으로 마시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따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캔음료는 분리수거해서 버렸는데 캐나다에 와서 보니 도대체 이 커다란 플라스틱 우유병이나 빈 캔을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처음에는 그냥 재활용 쓰레기에 버리면 되나 했는데 뭔가 이건 아닌 것 같았다. 물건을 살 때 힌트가 있었는데 생수를 사거나 우유를 살 때 디파짓이 붙더라. 아니 디파짓이 뭐지? 물건 가격에 따로 택스가 붙는 것도 화가 나는데(화내면 안 됨) 디파짓이 무엇이냔 말이야!! 그때는 영수증을 볼 줄도 모를 때였고 사실 거기까지 신경 쓰기에는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 넘어갔는데 그 후에 알게 되었다. 디파짓이니까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라는 걸.

 

2. 그럼 빈 병으로 돈을 벌어볼까?

빈 병, 빈 캔 등 물건을 살 때 디파짓이 붙는 건 다 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내가 물건을 살 때 지불한 돈이니까 당연하다. 빈 병이 어느 정도 모이면 상자나 비닐봉투에 담아 bottle depot으로 간다. 내가 사는 지역 기준이라 다를 수 있으니 참고만 해주시길. 동네 근처에 많으니 구글맵에 검색하면 바로 찾을 수 있다. 우리 집에서는 걸어서는 10분, 차로는 3분 거리에 있었다. 일요일 오후에 갔는데 사람이 별로 없어서 한가 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면 우리를 부른다. 커다란 레일 앞에 우르르 빈 캔을 다 쏟아부으면 된다. 그러면 앞에 직원분이 하나하나 분류한다. 우유팩은 우유팩, 생수는 생수, 캔은 캔. 오. 나는 여기서 한 번 놀랐다. 이 작업을 사람이 한다는 것에 놀랐다. 다른 지역은 기계가 하는 곳도 생겼다고 듣기는 했는데 현재까지는 사람이 하는 곳이 훨씬 많다. 직원이 수작업으로 세고 바로 옆 모니터에 개수와 금액이 찍힌다. 그러면 바코드가 달린 영수증이 출력되는데 그걸 가져오면 된다. 이 출력된 영수증을 바로 옆 ATM 기계 같은 곳에 바코드를 읽히면 현금으로 돈이 나온다. 여기서 두 번째 놀랐다. 뭐랄까. 정말 비효율적인 시스템에 어울리지 않는 효율이랄까?

 

 3. 생각보다 편리하고 기분 좋은 시스템이다.

이제는 영수증에 디파짓을 봐도 화가 나지 않는다. 왜 디파짓인 줄 알았으니까. 내가 캐나다와서 놀라는 것 중에 하나가 아직 자동화가 되지 않고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이 많은 것이었는데 생각해 볼수록 좋은 일 같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기계가 하면 사람이 일할 자리가 줄어드는 것인데 정확성과 속도는 좀 떨어지더라도 사람이 일할 자리가 많다는 건 내가 일 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는 거니까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빈 병을 팔아 돈으로 바꾸니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다.

 

반면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운영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을 것 같다. 여기도 (물론 내가 가본 지점이 전부이지만) 화이트가 아닌 특정 인종이 많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선호하는 직업군은 아닐 것이다. 한국은 남의 시선도 많이 의식하게 되니 더 어려우려나. 자동화시키면 많이들 동참할 텐데. bottle depot 이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자원도 지키고 돈도 벌고 기분 좋은 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