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볼까 40대 캐나다

캐나다 초등학교 교과서 들여다보기

비비안 킴 2023. 9. 1. 05:50

지난번에는 수학교과서를 들여다보았다. 사실 어려운 건 수학이 아니다. 수학은 한국아이들이 잘할 수밖에 없다. 이미 배우고 온 내용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선행을 많이 하는 한국 수준에서는 쉬운 게 맞다. 특정 도형이름이나 특이한 단어를 제외하고는 금세 익숙해진다. 그런데 복병은 수학이 아니었다.

1. 사회과목을 들여다보자

사회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여기 과목 이름으로는 social studies라고 한다. 그냥 편하게 사회과목이라고 부르겠다. 3학년의 제일 첫 챕터를 잠깐 들여다보자.

각 부족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기술하라고 하고 본인의 의견을 서술하는 등의 챕터가 이어진다. 어려운 문장이 있지는 않다. 이 수준까지 책을 읽고 온 아이들이라면 해석에 문제가 있지는 않을 텐데 본인의 의견을 서술하고 만약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지를 묘사하는 문제가 많다. 한국에서는 보통 채점하기 편하게 답이 정해져 있는 단답식에 아이가 익숙하다 보니 본인의 의견을 쓰는 것을 어려워했다. 물론 라이팅이 잘 안 되어 있어서 더 어렵기도 했지만 라이팅 이전에 본인의 의견을 인과관계에 맞게 설명을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캐나다 교과서를 보면서 느낀 것은 만약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라는 질문이 많다. 이건 앞에 영어 교과서를 공부할 때도 많이 나오는 질문인데 정답이 없는 질문인데도 아이는 정답을 맞혀야 한다고 생각하며 말을 만들려니 어려워하는 것 같다. 학교를 다니고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수업을 하다 보면 많이 변하겠지만 본인 의견을 말해보고 조리 있게 쓸 줄 안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에세이라고도 표현하던데 이 부분은 실제 캐나다 아이들도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많아 개인교습을 받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로 치면 글짓기인데 글짓기라는 게 한국말을 잘한다고 다 잘하는 게 아닌 것처럼 여기도 마찬가지다.
 

2. 과학과목을 들여다보자.

아이가 학교를 다닐 때 책을 늘 학교에 두고 다니고 학기가 끝날 때쯤이나 진도가 나 끝난 교과서를 가지고 왔더랬다. 핑계라면 핑계지만 일하는 엄마다 보니 다 본 책을 가져오면 한번 쓱 훑어보던 게 다였다. 하여 한국의 상세한 과학진도는 잘 모르겠다. 역시 첫 번째 챕터이다. 다시 얘기하는 것처럼 캐나다는 교과서가 없다. 대략적인 커리큘럼에 맞춘 문제집 같은 것이 있을 뿐이라 거기에 기초해서 글을 쓰는 것이니 참고만 해주길 바란다.

식물의 꽃, 뿌리, 줄기 등등을 공부하고 침엽수, 활엽수, 양치식물 이런 거 배운다. 양치식물이라니. 들어보긴 했는데 분명히 배웠겠지만 잘 모르겠다. 하물며 영어로는 더 모르겠다. 아이와 사전을 돌려가며 열심히 해석하고 풀었다. 학교에서는 아마 침엽수, 활엽수에 대해 먼저 공부하고 해당 문제에 대해 푸는 과정이 있으니 좀 더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기대는 해보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마냥 쉽지는 않았다. 
 
간략하게 캐나다 교과서를 들여다봤다. 한국보다 모든 것이 쉽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물론 이건 나와 내 아이의 수준에서 평가한 것이다. 쉬운 아이도 많을 것이다. 아이가 영어도 문화도 환경도 낯선 학교에 가서 적응해야 하는데 하물며 공부까지 어렵게 느껴지는 건 너무 가혹할 것 같아서 미리 조금씩 준비해서 보내고자 한다. 한번 엄마랑 보고 학교에 가면 좀 더 쉽게 이해하겠지.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마냥 놀고만 와도 괜찮다. 천천히 하면 된다.

참고로 4학년 교과서는 3학년과 다르게 난이도가 높아진다. 봉건제도에 대해 공부하더라. 당연히 영어로.